트럼프·푸틴 알래스카 깜짝회담..우크라 땅 떼주면 전쟁 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이번 회동은 북극 방어의 핵심 전력기지인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성대하게 치러졌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붉은 카펫을 깔고 푸틴 대통령을 환대했다. 약 3시간에 걸친 회담 후 예정됐던 오찬은 취소됐고, 두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만 남긴 채 6년 만의 만남 일정을 마무리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을 “건설적이고 유익했다”고 평가했으나 휴전이나 구체적인 종전 합의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 할양을 골자로 한 ‘영토 교환’ 방안을 푸틴 대통령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지방(도네츠크·루한스크)을 포기하면 남부전선을 동결하고 추가 공격을 중단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언급하며 “우크라이나가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 종식을 위해 즉각 휴전과 평화협정을 추진하겠다며 기존의 러시아 제재 유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별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대화가 긍정적일 경우 오는 22일까지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3자 회담 추진 계획도 내비쳤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미국발 ‘즉각 휴전안’에 대해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은 16일 공동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위한 미국의 준비를 환영한다”고 발표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우크라이나에 유럽 주도 안보유지군 파견과 미국의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NATO 성격의 다국적 안보군을 주둔시키는 구상을 유럽에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포기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친러 정권 수립 등 ‘러시아의 정당한 우려’가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이번 회담이 푸틴의 외교무대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장까지 미국 대통령 전용차 ‘캐딜락 비스트’를 함께 타고 이동했으며, 통역 없이 단둘이 10분간 대화를 나눠 정치적 상징성을 극대화했다. 데이비드 생어 뉴욕타임스 기자는 “푸틴에게 이번 장면은 경제 제재와 전범 혐의의 고립에서 벗어나 세계 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전황은 러시아가 돈바스 전쟁 당시 확보한 루한스크의 대부분과 도네츠크 75%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이 나머지 지역까지 우크라이나에 포기하라고 요구한 만큼, 결국 공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우크라이나가 영토 분할 제안을 수용하면 3년 반 넘게 이어진 전쟁이 종결 수순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거부할 경우, 전쟁 장기화뿐 아니라 미국·유럽과의 관계에도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단 러시아의 휴전 의지 부족을 비판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0일 내 휴전” “2주 내 휴전” 등 단기 시한을 제시하며 러시아를 압박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영토 분할안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해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성향을 다시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내외에서는 이번 제안이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된 푸틴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알래스카 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뿐 아니라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유럽 안보구조 재편, 러시아의 국제사회 복귀 여부 등을 가를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의 선택이 8월 말로 예정된 3자 회담 성사 여부는 물론 전쟁의 종식 또는 확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전 세계의 이목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