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 노렸던 군 장교, 무기징역 선고..'입맞춤하며 살해'

육군 장교 출신인 양광준(39)이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그가 평생 사회와 격리되어 속죄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춘천지방법원 제2형사부(김성래 부장판사)는 20일 살인, 사체손괴,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양광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내연관계를 직장 등에 알리겠다고 하자 목을 졸라 살해했고,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절단해 은닉했다"며 "범행의 방법과 동기, 내용 등에 비춰볼 때 죄책이 매우 무거워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한 "시체를 손괴하고 은닉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으며,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광준은 재판 과정에서 사건 당일까지 살해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우발적으로 범행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획적 범행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의심하지 않도록 입을 맞춘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며 "이러한 범행 방식에 비춰볼 때, 확정적인 살인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여러 차례 내연관계를 공개하겠다고 말해왔으며, 사건 당일 다시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해서 즉각 살해를 결심했을 가능성은 낮다"며 "피고인은 이미 피해자를 살해할 경우에 대비한 증거인멸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양광준은 범행 직후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하는 등 치밀한 증거인멸 작업을 수행했다. 그는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피해자가 살아 있는 것처럼 꾸미고, 주변인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수사망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경찰은 수사를 통해 그의 행적을 추적하며 범행을 밝혀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양광준은 지난해 11월 25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의 한 군부대 주차장에서 자신의 승용차에 함께 타고 있던 군무원 A 씨(33)를 말다툼 끝에 목 졸라 살해했다. 이후 그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훼손하고, 다음 날인 11월 26일 강원도 화천군 북한강 일대에 시신을 유기했다. 기혼자인 양광준은 미혼인 A 씨와의 내연관계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해 범행을 저질렀으며, A 씨의 사망 사실을 숨기기 위해 그녀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지인들에게 연락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범행 이후 시신을 훼손하고 은닉하는 등 계획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있다"며 "피해자의 유족이 엄벌을 요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피고인은 사회로부터 영구적으로 격리될 필요가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피고인이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으나, 여전히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진정한 반성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양광준은 첫 공판 이후 총 7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그의 반성 태도가 진실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유족들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점과 피고인이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정황이 명확한 점을 고려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사건 이후 양광준의 신상정보는 공개되었으며, 군 당국은 그에 대해 ‘파면’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는 군 장교가 형사 사건으로 인해 파면된 드문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이번 판결은 향후 군 내부에서의 범죄 예방과 강력한 처벌 기준 마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이번 판결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내려진 점은 다행이지만, 피해자 유족들의 고통을 고려하면 여전히 안타까운 사건"이라며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광준 측 변호인은 "형량이 과하다"며 항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법조계에서는 항소심에서도 중형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군 내부에서 벌어진 강력범죄로, 사회적 충격이 컸다. 군과 정부는 내부 인력 관리 체계를 재정비하고,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별 범죄가 아닌, 군 내 폐쇄적인 조직 문화와 권력 남용 문제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양광준에게 내려진 무기징역 판결은 군 내부 범죄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군 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