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은메달 설움 씻었다…송세라, 에페 개인전 금메달

“금메달이면 너무 좋죠. 그래도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제 펜싱을 해보려고요.”
송세라(33·부산광역시청)가 했던 다짐이 현실이 됐다. 22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예선부터 6전 전승을 기록한 송세라는 본선에서도 극적인 역전승을 잇달아 만들어냈다. 8강에서는 탕쥔야오(중국·세계랭킹 10위)와 14-14로 맞선 상황에서 마지막 찌르기를 성공시키며 15-14로 승리했다.
준결승은 더욱 극적이었다. 데라야마 다마키(일본·17위)에게 13-14로 뒤진 채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7초였다. 송세라는 물러서지 않고 과감하게 공격에 나섰고,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연장전에서 먼저 한 점을 따내며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벼랑 끝에서 두 차례나 승부를 뒤집은 송세라는 결승에서는 여유 있는 경기를 펼쳤다. 키이라 티카나(싱가포르)를 상대로 15-8 승리를 거두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마지막 점수가 올라가자 송세라는 고개를 숙인 채 “악!” 하고 힘껏 소리를 질렀다.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뒀던 아쉬움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듯한 순간이었다. 메달을 손에 든 그는 “금메달이 이런 맛이었군요. 너무 맛있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 금메달은 송세라에게 단순한 우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세계 무대에서는 이미 정상에 올랐지만, 유독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는 금메달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송세라는 2022년 카이로 세계선수권과 올해 홍콩 세계선수권에서 에페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단체전 은메달,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종합대회 개인전에서는 아쉬움이 이어졌다. 도쿄 올림픽에서는 8강 진출에 실패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는 대표팀 선배 최인정에게 패하며 은메달에 머물렀다. 우승 후보로 꼽혔던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16강에서 탈락했다.
특히 파리에서의 탈락은 송세라에게 큰 시련이었다. 다시 검을 잡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그 경험이 자신을 성장시켰다고 돌아봤다.
송세라는 “계속 잘하기만 했다면 막상 크게 흔들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더 많이 헤맸을 텐데 파리 올림픽 경험을 통해 스스로 다시 일어나는 법을 알게 됐다”며 “이미 실패를 한 번 겪어봤기 때문에 더 이상 실패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가족과 동료들의 도움도 컸다. 부모님과 언니, 여동생을 비롯해 팀 동료들이 송세라가 다시 검을 잡을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줬다.

세계랭킹 3위인 송세라는 키가 164㎝로 국제무대에서 체격이 큰 편은 아니다. 170㎝가 넘는 신장과 긴 팔을 앞세운 선수들이 많은 가운데 빠른 발과 정교한 거리 조절, 왼손 프렌치 그립을 활용한 자신만의 펜싱으로 신체적인 열세를 극복했다.
여기에 오랜 국제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련한 경기 운영까지 더해지면서 결정적인 순간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상기 여자 에페 감독도 송세라에 대해 “그동안 경험이 쌓여 단 1점 차 승부에도 긴장하지 않고 점수를 얻어내는 대담함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송세라는 항저우에서 놓쳤던 개인전 금메달을 3년 만에 되찾았다. 특히 두 차례 벼랑 끝에서 승부를 뒤집은 끝에 정상에 오르면서 자신의 약점으로 여겼던 실패의 기억까지 이겨냈다.
한편 윤정현(33·화성시청)은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수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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