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구직 미끼 'K-인신매매' 실체 드러나… 모델 A씨, 500만원 받고 여성 넘겨

 국내 포털에서 검색되는 모델 겸 배우 A씨가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한국 여성들을 넘긴 모집책으로 활동한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현지 조직의 ‘인력 수급’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A씨는 구직을 빌미로 국내 여성들에게 접근해 출국을 유도한 뒤, 현지 도착 직후 조직에 인계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감금과 폭행, 강제 성인방송 출연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이 커지고 있다.

 

23일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30대 여성 B씨에게 “캄보디아에서 일본어 통역 일을 함께하자”는 제안을 건넸다. 비교적 단기간 고수익과 숙소 제공 등 달콤한 조건을 제시하며 신뢰를 쌓은 뒤 동행 출국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제안을 받아들여 A씨와 함께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했지만, 공항 도착 직후 곧장 시아누크빌 인근의 한 아파트로 강제로 이송됐다. 현지에서 대기하던 남성 3명은 B씨를 폭행하고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했으며, 이후 외부와의 연락을 전면 차단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A씨는 이 대가로 현지 조직으로부터 약 500만 원을 수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감금된 B씨는 한 달 동안 조직의 감시 아래 강제로 성인방송을 하도록 강요받았다. 조직은 ‘후원금’과 ‘유입 실적’을 실시간으로 관리했고 목표액에 미달할 경우 폭행과 욕설이 반복됐다. B씨는 “하루 12시간 이상 카메라 앞에 앉아야 했고,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곧바로 폭력이 이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옆방에서도 ‘살려달라’는 비명이 자주 들렸다”며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극적인 구조는 가족의 집요한 추적에서 비롯됐다. B씨가 프놈펜 도착 직후 가족에게 보낸 인증사진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 가족이 사진 속 배경과 주변 표지물을 토대로 위치를 특정했고, 국내 경찰과 외교부, 현지 한인 네트워크가 공조해 구조 작전을 전개했다. 현지 경찰의 협조로 아파트가 급습되면서 B씨는 한 달 만에 구출될 수 있었다.

 


한편, 캄보디아 현지에서는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외교부는 최근 프놈펜 턱틀라 불교 사원에 한국인 시신 4구가 추가로 안치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50대 중반 1명, 60대 초중반 3명 등 총 4명으로 모두 병사한 것으로 현지에서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로맨스 스캠과 불법 온라인 작업장, 강제 노동 등과 얽힌 2차 피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정밀한 사망 경위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를 받던 캄보디아 송환 피의자들이 21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했다. 이들 상당수는 로맨스 스캠 조직과 연계해 자금세탁, 신분 세탁, 콜센터 운영 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에 구속영장이 심사된 피의자들은 보도된 A씨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모집책 활동 전반과 국내 공범, 자금 흐름, 또 다른 피해자 존재 여부를 포괄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고수익 알바’, ‘통역·가이드 급구’ 등 구인·구직 커뮤니티에서 빈번히 목격되는 감언이설형 제안을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항공권·숙소를 대납하거나 현지 도착 직후 업무지시가 바뀌는 경우, 여권을 보관하겠다고 요구하는 행위는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의 전형적 전조로 꼽힌다. 외교부는 “해외에서 긴급상황 발생 시 영사콜센터로 즉시 연락해 달라”며 “캄보디아 등지의 불법 온라인 작업장 유인 피해가 잇따르는 만큼, 취업 제안은 반드시 신뢰 가능한 채널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피해자 보호와 함께 국제공조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모집책-현지 수령조직-운영총책으로 이어지는 범죄 네트워크의 실체를 밝히고, 국내외에서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한국인을 표적으로 삼는 국제 범죄조직의 교묘한 수법과 국내 연결고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경종을 울리고 있다. 피해가 의심될 경우 즉시 신고하고, 주변에서도 출국 전 이상 징후를 포착하면 적극적으로 제지와 신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