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성공했지만…" 노벨상 수상자가 한국에 보낸 '뼈아픈 조언'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조엘 모키어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13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현재와 같이 개방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50년대 최빈국 수준에서 기적적인 성장을 이뤄 세계적인 부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의 저력은 좋은 제도가 뒷받침될 때 얼마나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는 것이다. 특히 남북한의 극명한 경제적 격차는 제도적 우월성이 가져오는 압도적인 결과를 상징한다고 덧붙였다. 모키어 교수는 자유로운 무역 환경과 더불어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언론의 자유와 공정한 선거가 경제 성장에도 필수적인 요소임을 역설했다. 한국이 성공적으로 민주주의 전환을 이뤄냈으며,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일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분명 성공한 국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모키어 교수는 한국 경제의 유일한 잠재적 위협으로 심각한 수준의 저출산 문제를 지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경고했다. 인구 감소는 생산 가능 인구의 축소와 내수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핵심적인 위협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지적은 한국 사회가 당면한 가장 시급하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세계적인 석학이 다시 한번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을 위한 모든 노력이 인구 문제라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혀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는 셈이다.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피터 하윗 브라운대 명예교수는 혁신을 지속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강력한 반독점 정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최근 미국 경제가 여러 부문에서 과도한 독점을 용인하면서 혁신과 성장에 제동이 걸렸던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 역시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독과점의 폐해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슘페터가 독점적 지위와 높은 이윤이 혁신의 동기가 된다고 주장했던 것과 달리, 자신들의 연구 결과는 오히려 치열한 경쟁 환경이 기존 기업들로 하여금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은 혁신을 추구하도록 만든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선도 기업들은 현재의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을 통해 경쟁 우위를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윗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최근 생산성 저하와 혁신 단절 현상을 겪으며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큰 성공을 거둔 한국의 대기업들 역시 예외가 아니며, 끊임없는 경쟁 압력 속에서만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분석은 독과점 구조가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안정적인 이윤을 보장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시장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혁신의 속도를 늦추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따라서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새로운 기업들이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역동적인 시장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