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만 원에 '가짜 맛집' 뚝딱…'AI 음식 사진'에 속아 넘어간 소비자들 '분통'

 터치 몇 번으로 완벽한 비주얼의 음식이 문 앞까지 배달되는 시대, 지금 당신이 화면 속에서 보고 있는 먹음직스러운 그 음식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짜'일 수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배달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깊숙이 파고들면서, 실제 조리된 음식이 아닌 AI가 생성한 가상의 이미지가 메뉴판을 점령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는 차원을 넘어, 명백한 허위·과대광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주요 배달앱에서는 AI로 제작된 것으로 강력히 의심되는 음식 사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현실적으로 윤기가 흐르는 양념, 현실의 물리 법칙을 무시한 듯 과장되게 쌓아 올린 토핑, 심지어 마라탕 속 어묵에 정교하게 새겨진 '복(福)' 자와 같이 기이한 디테일이 포함된 사진들이 그 예다. 한 육회 막국수 사진은 면보다 양념이 비정상적으로 많아 실제 음식과는 큰 괴리를 보였고, 이는 소비자의 기대를 배신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자영업자들이 이처럼 AI 이미지에 손을 대는 배경에는 치열한 '사진 전쟁'이 자리 잡고 있다. 배달앱 특성상 시각적 매력이 주문량과 직결되는 구조 탓에, 고품질의 음식 사진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배달의민족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56.7%)이 '메뉴 이미지가 가게 선택에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을 정도다. 하지만 전문 스튜디오를 통해 사진을 촬영하고 보정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수반된다. 이러한 부담감 속에서, 단돈 1만~3만 원이면 '촬영 없이 고급스러운 음식 사진 제작'이 가능하다는 AI 이미지 생성 서비스는 자영업자들에게 거부하기 힘든 유혹으로 다가온다.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회사원 최현진(29)씨는 "먹음직스러운 사진에 이끌려 주문했지만, 막상 받아본 실물은 전혀 달라 실망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이제는 앱에 올라온 공식 사진보다 소비자들이 직접 찍어 올린 리뷰 사진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상황이 이런데도 배달앱 플랫폼들은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양측 모두 "AI 생성 이미지는 소비자 혼동을 유발할 수 있어 등록을 금지하고 있으며, 신고 접수 시 제재·수정 조치를 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가짜 사진'이 버젓이 영업에 활용되고 있는 현실은, 이들의 모니터링과 제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위가 사업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기만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오인할 소지를 제공했다면 그 자체로 기만 광고로 볼 수 있다"며, "AI로 생성한 이미지라는 사실을 명확히 표기해 소비자가 정보를 인지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플랫폼 역시 AI 이미지 등록 금지 방침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알리고, 이를 실효성 있게 이행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의 발전이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도구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과 플랫폼의 적극적인 자정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