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쓸이'는커녕…임시현 '광탈'에 침통한 韓 양궁, 이제 믿을 건 '광주의 딸' 안산 뿐?

사건은 12일, '광주 2025 현대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리커브 여자 개인전 8강에서 벌어졌다.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임시현은 인도네시아의 초이루니사 디아난다를 상대로 충격적인 4-6 패배를 당했다. 매 세트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 펼쳐졌다. 1세트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한 임시현은 2세트에서 엑스텐 2개를 포함한 30점 만점을 쏘며 순식간에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다시 3세트를 내주며 끌려갔고, 4세트를 힘겹게 따내며 승부를 마지막 5세트로 끌고 갔지만, 마지막 한 발의 차이가 운명을 갈랐다. 디아난다가 10점 두 발을 명중시키는 동안, 임시현의 화살은 단 한 번만 10점 과녁에 꽂혔다. 단 1점 차, 28-29의 아쉬운 패배. 세계 1위의 허무한 퇴장이었다.
임시현의 충격적인 탈락으로 대표팀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은 그때, '맏언니' 강채영(29·현대모비스)과 '광주의 딸' 안산(24·광주은행)이 흔들리는 팀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먼저 활을 잡은 강채영은 멕시코의 강호 발렌시아 알레얀드라를 상대로 그야말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1세트와 2세트, 상대가 29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쐈음에도 불구하고 강채영은 두 세트 모두 30점 퍼펙트 스코어로 응수하며 기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상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린 강채영은 마지막 3세트마저 가볍게 가져오며 세트 스코어 6-0,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승리로 4강에 선착했다.
뒤이어 사대에 선 안산 역시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 매서운 샷감을 뽐냈다. 중국의 리 지아만을 만난 안산은 1세트를 내주며 잠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2세트를 역전으로 가져온 안산은 3세트에서 10-10-10, 퍼펙트 스코어를 기록하며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었고, 기세를 몰아 4세트마저 30점 만점으로 마무리하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동료의 탈락을 지켜본 뒤, 더욱 매섭게 활시위를 당긴 그녀의 집중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결국 임시현의 탈락으로 금·은·동 싹쓸이라는 꿈은 깨졌지만,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강채영과 안산이 나란히 4강에 오르면서 이제는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피할 수 없는 '집안싸움'을 벌이게 된 것이다. 어제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어야 하는 잔인한 상황. 하지만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결승에 진출해 금메달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한국 여자 양궁의 남은 목표는 단 하나,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를 올리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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