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외교장관-美 국무장관 긴급 회동…'수갑 없는 귀국' 얻어낸 숨 막히는 외교전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일,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현장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급습하면서 시작됐다. 이 단속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무더기로 체포되어 인근 구금시설에 억류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우리 외교 당국의 신속한 영사 조력과 협상을 통해, 이들은 강제 추방이 아닌 '자진 출국' 형태로 조기에 귀국하는 것으로 잠정 합의됐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전세기(KE2901편)가 10일 애틀랜타 공항에 도착하며 귀국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미국 측이 송환 절차상 이들에게 수갑 등 신체적 속박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모든 것이 중단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를 넘어, 자진 출국하는 우리 국민들을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모욕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측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었다. 이 문제에 대한 세부 조율이 난항을 겪으면서, 10일로 예정됐던 귀국은 기약 없이 지연됐고, 공항에 대기 중이던 전세기는 발이 묶였다.

이처럼 팽팽한 대치가 이어지던 상황을 타개한 것은 우리 외교 수장의 발 빠른 대미 외교전이었다. 한국인 구금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던 조현 외교부 장관은 백악관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긴급히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조 장관은 "우리 국민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하게 귀국하고, 향후 미국 재입국 시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이러한 우리 측의 단호한 입장은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고 화답하며 사실상 우리 측의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 대통령의 직접 지시라는 '톱다운' 방식의 결정이 내려오면서, '수갑 문제'를 둘러싼 실무선에서의 교착 상태는 단번에 해결됐다. 이로써 우리 국민 300여 명은 11일 새벽, 구금시설에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해 존엄을 지키며 고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사태는 동맹국 국민에 대한 대규모 구금이라는 민감한 사안이 최고위급의 신속한 소통과 외교적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선례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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