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종전 눈앞, 핵심 쟁점은 ‘영토’…트럼프의 속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외교적 움직임을 급속도로 추진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알렉산더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유럽 주요 지도자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다자 회담을 진행했다. 회담의 핵심 의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안 마련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 간 직접 대화 추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NATO) 헌장 5조에 명시된 집단방위 체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를 보호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안전보장안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을 경우 참여국들이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는 형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유럽과 미국이 집단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합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이 많은 부담을 지게 될 것이며 우리는 이를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안전보장에 참여할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게시글을 통해 미국의 역할을 부차적으로 설명하며 안전보장 방안의 구체적 범위에 대해 일부 불확실성을 남겼다.

 

 

 

안전보장 방안의 구체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는 미국산 무기 구매까지 포함한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1,000억 달러(약 139조 원) 규모의 무기 구매를 통해 미국의 확실한 안보 지원을 확보하고자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우리는 무기를 판다”고 발언하며 상업적 거래를 통한 지원 방식을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안전보장안 세부 사항이 협력국들에 의해 일주일 내 공개되고 문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핀란드 대통령 알렉산더 스투브는 “안전보장안은 일주일 내 결론이 나야 한다”며 촉박한 일정표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자 회담에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양자 정상회담을 조율하는 데에도 착수했다. 그는 회의 도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며 회담 개최를 논의했고, 트루스소셜 게시글을 통해 “푸틴과 젤렌스키 간 회담을 조율 중이며 장소는 아직 미정”이라고 알렸다. 크렘린도 논의 사실을 일부 인정하며,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 외교정책 보좌관은 두 정상 간 통화가 40분간 진행됐다고 밝혔다. 양국 간 대표단 수준을 높이는 가능성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 구상에서 핵심 쟁점은 영토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중 “현재의 전선을 고려한 영토 교환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면서 “궁극적 결정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이 푸틴 대통령과 대화해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조건 없이 만나 직접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영토 문제는 양국 정상 간 담판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자 회담에서 합의가 도출될 경우 곧바로 3자 회담을 통해 종전을 공식화하는 계획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3자 회담이 2~3주 이내 성사될 가능성을 내다봤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안전보장 구상과 회담 제안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불투명하다. 알렉산더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푸틴은 신뢰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며 “그가 회담에 참여할 용기가 있는지, 아니면 시간을 벌려 전략적 이득을 취하려는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구상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년 6개월간 이어진 전쟁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안전보장안 마련과 양자 및 3자 정상회담 추진이 모두 성사될 경우, 전쟁 종식과 영토 문제 해결을 동시에 모색할 수 있는 첫 실질적 기회로 평가된다. 다만 미국과 유럽, 러시아, 우크라이나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회담의 성사 여부와 구체적 합의 내용은 향후 외교적 변수와 국제 정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