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고 싶니? 7,700원에 제주 가는 '황제 항공권'의 비밀

 엔데믹 이후 잠시 주춤했던 '초특가 항공권'이 다시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한때 폭발했던 여행 수요가 급격히 꺾이면서, 항공사와 여행사들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좌석 채우기에 나선 결과다. 이는 업계 실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7일, 온라인여행사(OTA) 트립닷컴은 서울발 도쿄, 오사카, 오키나와 등 일본 주요 도시 편도 항공권을 1만7000원에, 중국 칭다오와 베트남 다낭행도 같은 가격에 판매하며 파격적인 할인의 포문을 열었다. 9일에는 서울~제주 노선을 7700원에 내놓는 등 믿기 어려운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놀라게 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주요 노선 탑승률이 급감해 항공사들이 좌석을 채우려 대대적인 할인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여행사들도 할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나투어는 8일부터 사흘간 '메가 핫딜' 행사를 통해 일본 주요 도시 왕복 10만원대, 필리핀 보홀·베트남 나트랑 등 동남아 20만원대, 하와이·LA 등 미국 노선도 60만~70만원대에 선보였다. 쿠폰이나 결합상품, 신용카드 혜택을 활용하면 30~40% 추가 할인도 가능했다. 놀유니버스(구 인터파크투어)는 진에어와 손잡고 9월 인천발 괌 왕복 직항 항공권을 10만원대 후반~20만원대 초반에 판매 중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자체 할인에 적극적이다. 티웨이항공은 13일까지 해외 노선 최대 20%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밴쿠버 편도 26만원대, 바르셀로나 36만원대, 사이판 11만원대 등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했다. 에어부산 역시 9일부터 최대 98% 할인 행사를 통해 일본 등 단거리 노선을 10만원 미만에, 대만·말레이시아 등 중거리 노선을 1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과거 '미끼 상품'으로 여겨지던 특가 항공권이 최근에는 수량도 넉넉하고 출발일도 2~3개월 이상 남아 실질적인 혜택이라는 평가다. 이는 항공사와 여행사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좌석을 판매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초특가 항공권의 등장은 해외여행 수요 감소가 주된 배경이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제주항공 항공기 사고, 그리고 경기 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항공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지난해 1월 55.5% 급증했던 해외 출국자 수 증가율은 올해 1월 7.3%로 둔화된 데 이어 2월 4.5%, 3월 2.6%, 4월 1.8%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한 만화가의 예언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지난해 한국인 최다 방문국(30.1%)이었던 일본 여행 수요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는 중국, 동남아 등 대체지를 찾았지만, 상당수는 아예 출국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권 저가 판매는 여행사와 항공사의 실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증권업계는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LCC들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수백억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한다. 승객 1명당 1km 운송 시 벌어들이는 수입인 '일드(Yield)'가 빠르게 하락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