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주목한 6000년 전 고래사냥..반구천 암각화 유네스코 등재 초읽기

반구천 암각화는 국보로 지정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 및 암각화’를 포함한 단일 유산이다. 바위나 암벽에 새기거나 그린 그림을 일컫는 암각화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신앙, 예술, 생활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태화강 상류 지류인 반구천 절벽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높이 약 4.5m, 너비 8m 크기의 바위면에 약 300여 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그림에는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다양한 육지 동물과 사냥 장면 등이 묘사되어 있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장면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보다 앞서 1970년에 발견된 천전리 암각화는 높이 약 2.7m, 너비 9.8m의 바위면에 도형, 문자, 그림 등 620여 점이 새겨져 있다. 이 암각화에는 신라 법흥왕 시기로 추정되는 글자도 포함되어 있어 6세기 당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역사적 사료로도 가치가 크다. 이 두 유산은 약 2km 거리를 두고 인접해 있으며, 선사에서 역사시대에 이르기까지의 긴 시간축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세계유산으로서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인정받았다.

이러한 문화유산은 과거 수몰 위기를 겪으며 사회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1965년 대곡천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은 홍수 조절 기능을 위해 수위를 높일 때 암각화가 물에 잠기게 되는 상황을 반복시켰고, 실제로 최근 10년간 연평균 42일 동안 암각화가 물에 잠겼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로 인해 도상의 훼손 우려가 제기되었고, 암각화 보존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유네스코 잠정목록에 해당 유산이 등재된 것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후 2021년 7월 반구천세계유산등재추진단이 출범하면서 보호 및 보존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가시화됐다. 특히 식수원으로 사용되는 사연댐과 문화유산 보존 간의 충돌은 논란을 낳았고,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9년까지 사연댐 하단에 수문 3개를 추가로 설치하는 계획을 세웠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총 647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며, 이 조치가 이행되면 유산 보호에 있어 수위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코모스는 이번 ‘등재 권고’에서 반구천 암각화가 한반도 고대인들의 탁월한 관찰력과 예술성을 보여주는 걸작이며, 특히 다양한 고래와 고래사냥의 주요 단계를 창의적으로 표현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약 6000년에 걸친 암각화 전통의 지속성과 동남부 해안 지역 문명의 발달상을 보여주는 자료라는 점에서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유산으로 판단했다.
울산암각화박물관 최현숙 관장은 암각화 도상 훼손 우려와 관련해 “10여년 간 반복적인 3D 스캔 조사 결과, 최초 발견 당시와 비교했을 때 형태에 큰 변화가 없었다”며 “유네스코 실사단도 이 부분을 신중히 검토했으며 향후 보존 대책 역시 면밀하게 고려됐다”고 밝혔다.
이제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오는 7월 6일부터 16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한국은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등 1995년에 첫 세계유산을 등재한 이래 가야고분군(2023년)까지 총 16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반구천 암각화가 등재된다면 한국의 17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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