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협박녀로 몰린 여성, 신상 털기에 결국 고소

양씨는 지난해 6월 손흥민 선수에게 초음파 사진을 보내며 임신 사실을 주장하고,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 조건으로 약 3억 원을 요구한 혐의(공갈미수)로 경찰 수사를 받다 지난 14일 체포돼 17일 구속됐다. 양씨와 함께 공모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용모 씨도 같은 날 구속됐다. 용씨는 손흥민과의 과거 관계를 빌미로 추가로 7000만 원을 요구했고, 언론사에 협박성 메일을 직접 발송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그러나 양씨의 구속 이후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은 사건의 본질을 넘어서 신상털기, 외모 평가, 조롱 등 이른바 '2차 가해'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양씨의 얼굴 일부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직후, 온라인에는 “손흥민 전 여친 인스타그램”이나 “손흥민 협박녀 실물 사진 모음”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게시글이 빠르게 퍼졌다. 일부 네티즌은 양씨의 과거 SNS 활동을 추적하며 게시물을 공유했고, 심지어 관련이 없는 지인의 사진까지 무분별하게 노출됐다.
가장 큰 문제는 전혀 무관한 일반인 A씨가 양씨로 오인되어 피해를 입은 점이다. A씨는 자신의 실명과 SNS 계정, 사진이 온라인상에 퍼졌다고 주장하며 20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섰다. A씨 측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모욕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게시글 및 댓글 작성자들을 고소했고,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조롱성 댓글을 단 이들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A씨의 법률대리인 성보람 변호사는 “의뢰인 A씨는 손흥민 선수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며, 이번 허위 사실로 인해 심각한 사생활 침해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본 입장문 이후에도 허위 사실의 유포가 지속될 경우, 작성자 전원에게 추가 법적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A씨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나는 20대도 아니고 손흥민 선수와 개인적인 접점도 전혀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단지 성이 같고 키가 큰 이유로 오해를 받았을 뿐인데,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서 내 사진을 찾아 퍼뜨리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와 같은 신상 노출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수능 만점 출신 의대생 최모 씨가 여자 친구를 살해한 사건 당시에도, 최 씨의 SNS를 통해 피해 여성과 그 가족의 사진이 유포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유족은 억측 자제를 호소했으며, 2011년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에서도 무관한 학생이 피의자로 지목돼 신상이 퍼지는 일도 발생했다.
법조계는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의자 신상 공개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범행을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무죄추정 원칙은 유효하며, 수사 단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신상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오인으로 인해 신상이 퍼진 제3자에게는 명예훼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욕설이 포함된 경우엔 모욕죄까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이 구속 당시 피의자 얼굴 노출을 막지 않은 점도 논란이 됐다. 경찰 측은 “마스크와 모자를 준비했지만 피의자가 착용을 거부했고, 복장도 본인이 자율적으로 갈아입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곽 변호사는 “당사자가 거부했다 하더라도, 사건의 민감성과 향후 파장을 고려해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신상 보호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공갈미수 혐의를 넘어서, 디지털 시대의 신상 유포와 2차 가해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다. 누군가의 단순한 호기심과 클릭 몇 번이, 아무런 관련 없는 개인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와 책임 사이의 균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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