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20년 만에 가자 재점령 돌입.."670곳 쑥대밭"

 이스라엘이 20년 만의 가자지구 재점령을 목표로 대규모 지상작전을 본격화하며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인명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스라엘군(IDF)은 18일(현지시간) ‘기드온의 전차’ 작전을 개시한다고 공식 발표하고,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 전역에서 지상 병력을 투입해 하마스를 겨냥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IDF는 이번 작전에서 하마스 관련 시설 670곳 이상을 타격했고 수십 명의 하마스 대원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 전략 거점에 병력을 배치하며 지상 점령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조치는 2005년 가자지구 철수 이후 사실상 20년 만에 이스라엘이 해당 지역에 다시 군사적 통제권을 확장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가자지구를 점령했으며, 이후 38년간 군사 점령을 유지하다가 2005년 일방적으로 철수한 바 있다. 이후 가자지구는 처음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치했으나, 2007년 하마스가 무력으로 장악한 이후로는 하마스의 실질적 지배 하에 놓였다.

 

이스라엘이 밝힌 이번 작전의 목표는 △가자지구 내 통제권 확보 △이스라엘 인질 석방 △하마스 격퇴 등이다. 특히 이번 작전은 단순한 군사 보복 차원을 넘어, 가자지구 내 지상군 주둔 및 통제 강화라는 점에서 ‘재점령’이라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작전 종료 후에도 병력이 가자지구에 남을 것”이라고 밝혀 장기 주둔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작전 개시 직후부터 가자지구 주민들의 피해는 극심하다. 미국 ABC뉴스는 가자지구 현지 의료진의 말을 인용해 작전 개시 이틀 만에 최소 14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북부 지역에 집중된 공습으로 42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 중에는 기자 5명도 포함됐다. 남부 칸 유니스 지역의 팔레스타인 난민 임시 정착지에 대한 공격으로는 36명 이상이 사망하고 1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들의 강제 이주를 유도하고 인도적 지원을 차단하는 등의 조치로 국제사회의 강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실제로 작전 개시 일주일 전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국회 비공개 회의에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집을 파괴하고 있으며, 그들은 돌아갈 곳이 없다”고 발언한 사실이 유출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가자 주민들의 궁극적인 바람은 이곳을 떠나는 것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이스라엘군의 작전 방향과 맞물리며 강제 이주가 작전 목표에 포함됐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스라엘은 3월 2일부터 가자지구에 대한 모든 구호물품 반입도 차단해왔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의 20%가 기아 상태에 놓여 있으며, 올해에만 9000명에 달하는 어린이들이 급성 영양실조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사무총장은 세계보건총회 개회사에서 “봉쇄가 시작된 지 두 달 만에 200만 명이 굶주리고 있다”며 “국경에서 단 몇 분 거리에 있는 11만 6000톤의 식량이 차단돼 있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압박 속에 이스라엘은 18일 밤 늦게 일부 구호물자의 반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식량 등 인도적 물자에 한해 24일까지 한시적으로 가자지구로 반입이 허용될 예정이며, 이후에는 이스라엘이 참여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을 통해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스라엘의 이번 작전은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 재개 직후에 시작된 것으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압박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협상 과정에서 하마스의 가자지구 철수를 포함한 기존 요구를 고수하고 있으며, 무력 작전을 통해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인도적 위기를 우려하며 긴급 중재에 나서고 있으나, 향후 군사적 긴장과 인명 피해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